사업을 접는 것도 경영자의 중요한 결정임을 설명

사업이 끝났는데 대표는 왜 놓지 못할까|30년을 키운 회사를 정리한다는 것

최근 회사의 정리 여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 한 대표를 가까이에서 돕고 있습니다.

회사의 상황을 숫자로만 보면 사실 깊게 분석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금융기관 대출의 원금과 이자는 이미 연체되고 있습니다.

주력 영업분야에서 발생하는 매출로는 회사의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회사를 오랫동안 지탱했던 핵심 직원들도 거의 모두 떠났습니다.

대표 자신은 1년이 넘도록 회사에서 급여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부 해외 공급업체에는 미지급금을 조금씩 갚고 있습니다. 언젠가 사업을 다시 시작할 때 거래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입니다.

투자자가 들어오면 다시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정작 현재 구체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객관적인 숫자만 놓고 본다면 이미 멈추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대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이유를 듣고 있으면 단순한 우유부단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회사는 30년이 넘었습니다.

한 사람의 직장생활보다도 긴 시간입니다.

대표가 젊었을 때 시작해서 인생의 상당 부분을 함께 보낸 회사입니다.

한때는 업계에서 수위를 다투기도 했고, 그 회사가 만든 브랜드에는 대표 자신의 성공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그런 회사를 어느 날 자기 손으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숫자 몇 개만 보고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기업회생이나 파산절차 자체가 아닙니다.

사업성이 거의 사라진 뒤에도 대표는 왜 사업을 놓지 못하는가.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만큼이나 사업을 멈추는 것도 경영자의 결정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30년을 정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30년 넘게 운영한 회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업자등록 하나를 폐업하는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30년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가 있습니다.

거래처를 찾아다녔고, 제품을 팔기 위해 뛰어다녔고,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회사가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직원이 늘고 거래처가 늘었습니다.

업계 사람들이 회사 이름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경쟁업체들이 회사를 의식하기도 했고, 대표 스스로도 자신이 이 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 시간들이 30년 넘게 쌓였습니다.

그러니 대표에게 회사는 단순한 법인이 아닙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인생의 증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사업성이 사라졌다는 사실과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생깁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따라가지 않습니다.

과거에 잘됐던 기억이 현재의 판단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 회사 역시 과거에는 업계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대표에게는 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떤 거래처를 확보했고, 어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1년에 집행한 광고비만 수십억이었고, 지금 업계의 크다 하는 기업들이 당시에는 모두 이 회사의 도움을 받으려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 회사와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회사보다 과거의 회사를 보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원래 이런 회사가 아니었는데.’

‘예전에는 업계에서 우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조금만 계기가 생기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시장은 대표의 기억과 별개로 움직입니다.

경쟁업체가 달라지고 유통구조가 달라지고 소비자의 선택도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회사가 가지고 있던 사람과 조직도 달라집니다.

대표는 아직 자신의 브랜드가 업계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주변의 반응은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를 이야기했을 때 업계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회사가 아직 있었습니까?”

대표의 머릿속에서는 회사의 정리가 업계 전체가 알게 될 엄청난 실패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그 회사에서 관심을 거두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실패를 바라보는 크기와 세상이 그 실패를 바라보는 크기는 의외로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대표는 회사 문을 닫으면 사람들이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의 실패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기 사업과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에도 바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접나”라는 생각

오래된 사업일수록 또 하나의 함정이 생깁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돈만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30년의 시간도 들어갔습니다.

거래처와의 관계도 들어갔습니다.

직원들과 보낸 시간도 있습니다.

대표 개인의 젊은 시절과 중년이 모두 그 회사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해왔는데 어떻게 지금 포기합니까?”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경영의 관점에서는 다른 질문도 해야 합니다.

과거에 얼마를 넣었느냐가 아니라, 오늘부터 앞으로 얼마를 더 넣어야 하고 그 돈과 시간을 회수할 가능성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이미 들어간 시간과 돈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투입한 것이 아까워 현재의 돈과 앞으로의 시간까지 계속 넣는다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표가 1년 넘게 급여조차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면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표는 회사를 살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앞으로 남은 인생을 과거의 사업에 계속 투입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리 때문에 사업을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대표에게는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해외 공급업체입니다.

창업 초기 아직 회사가 작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을 때 그 해외기업이 한국 총판으로 인정해 주고 제품을 공급해 주었습니다.

대표 입장에서는 고마운 회사입니다.

자신과 회사가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에 자신을 믿어준 거래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쉽게 거래중단을 통보하지 못합니다.

실질적인 거래는 상당 기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도 일부 미지급금을 조금씩 지급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회사를 다시 살릴 수 있다면 다시 거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마음 역시 이해가 됩니다.

사업을 오래 하면 계약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관계들이 생깁니다.

어려울 때 도와준 공급업체가 있고, 회사가 작을 때 물건을 믿고 준 거래처가 있습니다.

그런 관계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은 것은 인간적으로 좋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지급능력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선별적으로 변제를 계속하는 문제는 향후 회생이나 파산절차에 들어갈 경우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에는 일정한 채무자의 행위에 대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대표 개인의 의리만으로 변제순서를 판단하기보다 도산전문 변호사 등 전문가의 검토를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업에서는 의리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의리를 지키는 방법이 반드시 망가진 회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 문제를 정리하고, 언젠가 새로운 조건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책임 있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대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회사의 죽음보다 자신의 실패일 수 있습니다

이 대표가 회사 정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만세를 부른다’는 주변의 오래된 표현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사업을 접으면 업계에서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매장될 것 같은 두려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사업을 살리기 위한 행동인지, 자신이 실패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인지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에서는 회사와 대표 자신을 조금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의 실패와 사람의 실패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30년 넘게 한 회사를 운영했다는 사실 자체도 하나의 경험입니다.

잘한 판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잘못한 판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좋았던 시기도 있었고 사업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시기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해서 그 사람의 30년 인생 전체가 실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끝난 사업을 끝났다고 인정하지 못해 마지막에 모든 것을 소진한다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자산까지 다음 삶에서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투자자가 나타날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진 대표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희망이 있습니다.

투자입니다.

“투자금만 조금 들어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운영자금 몇 억만 있으면 거래처를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만 넘기면 됩니다.”

문제는 실제 투자자가 있느냐입니다.

현재 구체적인 투자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자금조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면 당연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투자만 해주면’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가능성과 희망은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미 영업력이 크게 약해지고 핵심인력이 빠져나갔으며 금융채무가 연체되고 있는 회사라면 단순히 과거의 브랜드 명성만 보고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대표가 보는 과거의 회사와 투자자가 보는 현재의 회사는 다를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10년 전의 영광을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현재의 사업구조와 사람과 가능성을 보고 돈을 넣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투자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만 들어오면’이라는 전제를 계속 붙이는 것은 경영계획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핵심 직원들이 떠난 것도 하나의 신호입니다

회사의 상태를 볼 때 재무제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워지는 과정에서는 대표보다 직원들이 먼저 회사의 미래를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급여와 경력을 걸고 회사를 바라봅니다.

더 이상 회사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좋은 사람부터 새로운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반드시 필요했던 핵심인력들이 먼저 빠져나가고, 그 결과 회사의 회복 가능성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회사 역시 이미 핵심직원 상당수가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제 회사를 살리는 문제는 단순히 운영자금을 투입하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돈이 들어와도 다시 사람을 구해야 하고, 영업을 복원해야 하고, 거래처를 되찾아야 하고,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가 기억하는 과거의 회사 이름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그 회사를 실제로 움직이던 조직역량은 이미 상당 부분 사라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냉정하게 보아야 합니다.

대표의 마음과 사업의 현재를 나누어 보기

마음에 남은 것
30년의 시간 · 과거의 성공 · 거래처와의 의리
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확인할 것
실제 매출과 현금 · 남은 인력 · 채무 상태
투자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앞으로 비교할 것
추가 투입할 돈·시간과 회복 근거
계속·구조 변경·정리의 선택지를 검토합니다.

정리 절차나 채권자 변제 순서를 제시하는 도식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채무 문제는 사실관계에 따라 전문가와 별도로 검토합니다.

그래도 결정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이 결정합니다

회사를 정리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는 원래 대표가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대표가 영원히 결정을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 대출의 원리금이 계속 연체되고, 거래처에 지급하지 못한 채무가 쌓이고, 각종 지급의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대표의 선택지는 빠르게 줄어듭니다.

대표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결국 법원이 관여하는 절차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가 되면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이전보다 훨씬 작아집니다.

그래서 사업을 접는 결정 역시 결정할 수 있을 때 내려야 하는 경영자의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버티다가 더 이상 아무 선택권이 없어진 뒤 문을 닫는 것과, 아직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을 때 질서 있게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대표가 결정을 계속 미루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우유부단한 대표자의 결말, 파산으로 간다」에서 기업회생과 파산이라는 경영판단의 관점으로 별도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보다 한 걸음 안쪽의 문제입니다. 대표가 회사의 상태를 알면서도 왜 끝난 사업을 끝났다고 인정하기 어려운가 하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사업을 끝내는 것과 인생을 끝내는 것은 다릅니다

사업을 오래한 대표일수록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합니다.

회사가 곧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명함에 적힌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이었고, 회사 이름으로 사람을 만나고, 회사 이름으로 인정받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없어지면 자신도 없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정리한다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30년 동안 거래처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람을 채용하고 조직을 운영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제품과 시장을 보는 눈도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끝난 사업을 붙잡느라 자신의 시간과 자금과 건강을 모두 소진하면 그 경험을 다음 단계에서 활용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인생의 일부이지 인생 전체는 아닙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3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한 사람에게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 정리는 재무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대표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한 회사를 운영해 온 사람에게는 회사를 내려놓은 뒤 또 다른 질문이 찾아옵니다.

‘대표가 아닌 나는 이제 누구인가?’

회사를 떠난 뒤 대표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내려놓고 다음 삶으로 넘어갈 것인지는 「대표직을 넘겼는데도 마음은 아직 대표라면|전임 대표가 통제권과 정체성을 내려놓는 법」에서 별도로 이야기했습니다.

멈추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업에서는 흔히 버티는 사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실제로 사업에서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중요합니다.

한두 번의 실패나 일시적인 적자 때문에 사업을 접어서는 큰 회사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든 버팀이 용기는 아닙니다.

시장성이 사라지고, 영업조직이 무너지고, 금융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표 자신도 오랫동안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외부자금이 들어올 현실적인 가능성도 없다면 다른 질문을 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버티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표라면 해야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결정도 경영자의 몫입니다.

사람을 뽑고 투자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경영자의 결정입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을 멈추는 것 역시 경영자의 결정입니다.

과거를 지키느라 미래까지 써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이 대표를 보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부분은 회사의 과거가 아닙니다.

앞으로의 시간입니다.

이미 30년 넘게 그 사업에 인생을 썼습니다.

회사가 잘됐던 시절도 있었고 좋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그 사람의 인생에 남아 있습니다.

사업을 정리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명성과 브랜드가 아깝다는 이유로 오늘의 돈을 넣고, 내일의 시간을 넣고, 그다음의 가능성까지 계속 넣는다면 어느 순간에는 지키고자 했던 과거보다 잃어버린 미래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업을 접는 것을 반드시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업은 더 투자해서 살려야 합니다.

어떤 사업은 구조를 바꾸어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업은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그 세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경영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0년 넘게 키운 회사를 자기 손으로 정리하는 결정은 결코 쉬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30년을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의 5년, 10년까지 반드시 그 회사와 함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걸어온 길이 끝났다면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용기가 필요했던 것처럼, 때로는 끝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인생의 실패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업의 끝을 인정하고 자신의 다음 인생을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경영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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