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통장과 지급일정표를 앞에 두고 결정을 미루는 중소기업 대표자의 모습

우유부단한 대표자의 결말, 파산으로 간다

회사를 살릴 수 있었는데도 기업회생의 시기를 놓치는 이유

기업회생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대표자를 만나 조언하다 보면 안타까운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회생제도를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변호사와 전문가의 조언을 이미 들었고, 회사의 자금이 언제 바닥나는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더 늦으면 위험하다는 사실까지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대표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신청하겠다고 했다가 내일은 조금 더 기다려 보겠다고 합니다.

이번 주 안에 법인카드를 회수하겠다고 했다가 직원들의 동요가 걱정된다며 미룹니다.

특정 거래처에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오래된 인연을 저버릴 수 없다며 그 업체에만 돈을 먼저 보냅니다.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현금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는지는 일별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회사의 현금은 줄어들고, 원재료 공급은 끊기며, 물류비와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기업회생을 통해 회사를 살릴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치고,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파산상태로 들어갑니다.

대표자는 흔히 말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결단했더라면…….”

그러나 기업의 위기에서 ‘조금만 더 일찍’이라는 말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회사 사정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표자가 아닙니다.

상황을 알고도 결정을 미루고, 원칙보다 감정과 관계를 앞세우며, 자신이 전문가가 아닌데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대표자입니다.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결단하는 것은 다르다

기업회생을 검토하는 대표자 대부분은 처음부터 결단력이 부족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직원을 채용하며, 거래처를 개척하고,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 대표자가 회생 앞에서는 뜻밖에 우유부단해집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업회생은 평소의 경영판단과 전혀 다른 종류의 결정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신규 거래처를 개척하는 결정에는 성공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반면 기업회생 결정에는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따릅니다.

대표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 사이를 오갑니다.

  • 지금 신청하면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닐까
  • 다음 달 매출이 들어오면 넘길 수 있지 않을까
  • 회생신청 사실이 알려지면 거래처가 모두 떠나지 않을까
  •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가족과 지인들은 나를 실패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 오래 거래한 업체에 돈을 주지 않으면 인간적으로 배신하는 것 아닐까
  • 조금만 더 버티면 새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고민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검토해야 할 기간이 끝났는데도 계속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데 있습니다.

충분한 자료를 확인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회생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그때부터는 고민의 단계가 아니라 실행의 단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결정을 내린 뒤에도 계속 회생과 정상경영 사이를 오가면 회사는 두 체제 중 어느 쪽으로도 운영되지 못합니다.

비용을 줄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영업하지도 못합니다.

채무지급을 통제하지도 못하고, 정상적으로 모든 채무를 갚지도 못합니다.

그 어정쩡한 기간에 회사의 마지막 현금이 사라집니다.

실제로 보았던 대표자의 우유부단함

제가 접했던 한 기업은 이미 정상적인 금융채무와 상거래채무 변제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핵심제품과 거래처는 남아 있었고, 고정비와 채무구조를 정리하면 영업을 계속해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회생을 신청해 채무변제를 조정하고, 남아 있는 운영자금을 핵심사업에 투입했다면 회사를 살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대표자도 회생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습니다.

전문가 상담을 받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태도가 흔들렸습니다.

오늘은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했다가 거래처의 전화를 받고는 며칠만 더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오래 거래한 업체가 자금사정을 호소하면 그 업체에만 일부 대금을 지급했습니다.

해외거래처와의 관계가 끊길까 두렵다며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라고 해도 직원과 거래처의 반응이 걱정된다며 미뤘습니다.

회사 전체를 살릴 기준이 아니라, 그때그때 가장 강하게 항의하는 사람과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기준으로 돈을 지급했습니다.

그 사이 정상적인 영업을 돌리는 데 필요한 현금이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원재료와 물류비를 지급하기 어려워졌고, 기본적인 상거래를 유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회생은 살아 있는 사업을 보존하면서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영업을 계속할 최소한의 현금까지 모두 소진하고 나면, 회생을 신청해도 살려야 할 사업기반 자체가 크게 훼손됩니다.

그 대표자는 회생을 거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청할 것처럼 준비하다가 미루고, 다시 준비하다가 흔들리고, 일부 채권자에게 돈을 지급한 뒤 또 자금이 부족해지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회사를 파산 쪽으로 밀어 넣은 것입니다.

기업은 이익이 아니라 현금이 떨어질 때 멈춘다

위기에 놓인 대표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손익과 현금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장부상으로 이익이 나더라도 현금이 없으면 회사는 부도가 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부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사용할 현금이 충분하면 일정 기간 사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장부상 월간이익이 아니라, 지급일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입니다.

법원도 지급불능을 판단할 때 단순한 자산총액만 보는 것이 아니라, 즉시 변제해야 할 채무를 일반적이고 계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더라도 쉽게 현금화할 수 없어 지급수단을 마련할 수 없다면 변제능력이 부족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대표자는 월별 자금수지표 하나만 보고 회사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매월 초에 지급해야 할 매입대금: 1억 원
  • 급여와 임대료 등 월초 지출: 5천만 원
  • 현재 보유현금: 3천만 원
  • 월말에 받을 예정인 외상매출금: 2억 원

월 전체로만 보면 2억 원이 들어오고 1억5천만 원이 나가기 때문에 5천만 원이 남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월초에 1억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현재 현금은 3천만 원밖에 없습니다.

월말에는 돈이 남을 수 있지만, 월초에는 1억2천만 원이 부족합니다.

월말에 들어올 돈은 월초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무너지는 것은 월말의 합계표가 적자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돈이 필요한 날짜에 현금이 없기 때문에 무너집니다.

따라서 위기기업의 자금계획은 반드시 일별 또는 최소 주별로 작성해야 합니다.

매출채권은 통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현금이 아니다

대표자들은 받을 돈을 지나치게 확실한 자금으로 계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거래처에서 다음 달에 1억 원이 들어옵니다.”

“재고를 팔면 5천만 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

“창고 보증금이 3천만 원이니 그 돈으로 운송비와 원상복구비를 내면 됩니다.”

하지만 예정된 돈과 사용할 수 있는 돈은 다릅니다.

외상매출금은 거래처가 실제로 지급하기 전까지 현금이 아닙니다.

재고는 구매자가 확정되고 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 현금이 아닙니다.

부동산과 설비도 처분계약이 체결되고 잔금을 받을 때까지 운영자금이 아닙니다.

보증금 역시 반환조건이 충족되고 임대인이 실제로 돌려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제가 본 사례 중에는 물류창고를 정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운 대표자가 있었습니다.

“창고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원상복구비와 재고 운송비를 지급하겠습니다.”

그러나 창고 보증금은 통상 창고를 비우고, 재고를 모두 반출하고, 원상복구를 끝내고, 임대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한 뒤 정산을 거쳐 반환됩니다.

즉, 보증금을 받으려면 먼저 다음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 재고 분류비
  • 포장비
  • 상하차비
  • 화물운송비
  • 다른 창고의 보증금이나 임차료
  • 폐기물 처리비
  • 시설물 철거비
  • 원상복구 공사비

그런데 대표자는 이 비용을 나중에 돌려받을 보증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이 들어오려면 먼저 작업을 끝내야 하고, 작업을 끝내려면 먼저 돈이 필요한 구조였습니다.

이것은 자금계획이 아닙니다.

돈의 선후관계를 무시한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위기기업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1. 이미 통장에 들어와 있는 돈
  2. 입금일과 금액이 상당히 확정된 돈
  3. 받을 가능성만 있을 뿐 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한 돈

세 번째 돈을 첫 번째 돈처럼 생각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자금수지는 ‘얼마’보다 ‘언제’를 먼저 봐야 한다

자금계획을 세울 때 많은 대표자가 총액부터 계산합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총액보다 시기가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최소 8주에서 13주 정도의 단기자금계획을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분예상일금액확정도미입금·미지급 시 영향
매출채권 회수8월 31일8,000만 원보통월말 운영자금 부족
직원 급여8월 10일4,000만 원확정임금체불 발생
원재료대금8월 5일5,000만 원확정생산중단 위험
보증금 반환9월 15일 이후3,000만 원불확실원상복구 완료 필요
재고매각대금미정4,000만 원낮음매수자 미확정

이 표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월간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가 아닙니다.

현금잔액이 어느 날짜에 0원 이하로 내려가는지입니다.

그 날짜가 회사의 실질적인 한계시점입니다.

자금이 부족해지는 날짜를 발견했다면 다음 질문을 즉시 검토해야 합니다.

  • 그 전에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이 있는가
  • 지출을 연기해도 영업이 중단되지 않는가
  • 신규자금 조달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가
  • 신규 차입이 오히려 손실을 확대하지 않는가
  • 법원 신청비용과 신청 이후 운영자금은 남아 있는가
  • 지금 신청하지 않으면 핵심거래가 중단되는가

검토 결과 부족분을 메울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면,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말은 대책이 아닙니다.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족금액만 더 커질 뿐입니다.

대표자가 가장 버리지 못하는 것, 오래된 거래관계

회생을 준비하는 대표자는 모든 채권자를 동일하게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거래처는 창업 초기부터 자신을 도와준 곳일 수 있습니다.

어떤 해외 제조업체와는 젊은 시절부터 거래했을 수 있습니다.

일부 거래처 대표와는 사업관계를 넘어 오랜 친구처럼 지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자금이 부족해지면 대표자는 마음속으로 채권자를 구분합니다.

  • 반드시 먼저 갚아야 할 사람
  • 나중에도 거래해야 할 사람
  • 개인적으로 미안한 사람
  • 강하게 항의하는 사람
  • 기다려 줄 것 같은 사람
  • 법적으로만 대응할 것 같은 사람

그 결과 자신과 가까운 거래처나 향후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체에 먼저 돈을 지급합니다.

대표자는 이를 의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지급불능에 가까워진 상황에서는 개인적 의리보다 회사 전체와 채권자 전체의 이해를 봐야 합니다.

특정 채권자에게만 조기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이후 회생 또는 파산절차에서 부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인권은 회생이나 파산절차 전에 이루어진 일정한 재산처분이나 편파적인 변제의 효력을 뒤집어 재산을 원상회복시키기 위한 제도입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지급 시기, 채무의 성격, 지급의무, 거래 경위와 상대방의 인식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됩니다.

파산절차의 목적도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해 채권자들의 권리를 공평하게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지급은 대표자가 단독으로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 대표자의 친인척과 지인에 대한 변제
  • 대표자가 개인적으로 연대보증한 채무의 우선변제
  • 관계회사에 대한 대여금 상환
  • 지급기일 전 조기변제
  • 특정 해외거래처에 대한 선지급
  • 기존 무담보채권에 대한 담보 제공
  • 재고나 설비를 넘기는 대물변제
  • 채무와 매출채권을 임의로 상계하는 거래
  • 특정 직원에게만 지급하는 특별퇴직금
  • 과거채무를 갚아주는 조건으로 체결하는 신규거래

정상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원재료대금이나 물류비를 지급하는 것과, 개인적인 친소관계 때문에 과거채무를 먼저 갚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어떤 지급을 계속하고 어떤 지급을 중단할지는 대표자의 감정이 아니라, 영업유지 필요성과 법률적 위험을 기준으로 변호사와 검토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거래해야 한다”는 말이 회사를 망칠 수 있다

대표자가 특정 거래처에 돈을 먼저 지급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향후 거래관계입니다.

“회사가 살아나면 저 업체와 다시 거래해야 합니다.”

“중국 공장과 관계가 끊기면 사업을 재개할 수 없습니다.”

“저 업체는 창업 때부터 우리를 도와준 곳입니다.”

이런 말은 일부 타당할 수 있습니다.

핵심 공급처를 유지하는 것은 회생 가능성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과거채무를 몰아서 갚아야만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먼저 다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 해당 업체가 정말 대체 불가능한가
  • 신규거래를 현금결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 과거채무와 신규거래를 구분할 수 있는가
  • 공급중단이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 해당 지급이 다른 핵심지출을 막지는 않는가
  • 법적 절차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는가

오래된 거래처에 5천만 원을 갚느라 직원 급여와 원재료비를 지급하지 못한다면, 그 돈은 거래관계를 살린 것이 아닙니다.

회사 전체를 더 빨리 멈추게 만든 것입니다.

대표자의 개인적 관계는 회사의 자산이 될 수도 있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판단을 흐리는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시끄러운 채권자가 가장 중요한 채권자는 아니다

자금이 부족해지면 채권자들의 독촉이 시작됩니다.

매일 전화하는 거래처가 있고, 회사로 찾아오는 업체도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가압류를 경고하는 채권자도 있습니다.

대표자는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강하게 독촉하는 채권자부터 돈을 지급하려 합니다.

그러나 위기기업의 자금배분은 목소리 크기 순서로 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 지급하지 않으면 당장 생산이 중단되는가
  • 지급하지 않으면 핵심매출이 사라지는가
  •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비용인가
  • 법률상 지급 성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 신청 이후 사용할 운영자금이 남는가
  • 다른 채권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가
  • 지급 근거와 승인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전화가 많이 온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지급하면 조용히 기다리는 거래처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채권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대표자가 임의로 우선순위를 정하면 나중에 더 큰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문가를 불러놓고도 자기 고집만 부리는 대표자

기업회생을 검토하는 대표자는 보통 변호사, 회계사와 경영자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일부 대표자는 전문가를 선임해 놓고도 자신이 듣고 싶은 답만 듣습니다.

“지금 신청해야 합니다”라는 조언에는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합니다.

“그 업체에 지급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현실을 모른다고 반박합니다.

“입금 예정액을 현금으로 보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면 그 거래처는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운영자금을 남겨야 합니다”라고 하면 다음 달 매출로 메울 수 있다고 낙관합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반드시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문가도 틀릴 수 있고, 최종적인 경영판단은 대표자가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표자가 법률과 회계, 도산절차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최소한 다음 원칙은 지켜야 합니다.

  • 불리한 사실까지 모두 알려준다
  • 조언을 따르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정확히 묻는다
  • 자신의 기대가 아니라 자료로 반박한다
  • 중대한 자금집행은 반드시 사전검토를 받는다
  • 의견이 맞지 않으면 다른 전문가의 검토를 추가로 받는다
  • 아무 근거 없이 혼자 판단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언을 받고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회생신청은 너무 늦으면 선택이 아니라 형식이 된다

회생은 아무 때나 신청하면 동일한 결과를 얻는 절차가 아닙니다.

사업기반과 현금, 핵심인력과 거래관계가 남아 있을 때 신청해야 회사를 재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비용의 예납을 명하고 대표자를 심문할 수 있으며, 개시결정 전에는 재산도피나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한 보전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변제, 일정액 이상의 재산처분, 신규 차입이나 임직원 채용 등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청 전에는 최소한 다음 자금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 신청대리인 비용
  • 법원 예납금과 절차비용
  • 필수 급여와 공과금
  • 핵심 원재료비
  • 물류비와 배송비
  • 서버와 시스템 유지비
  • 최소한의 영업비용
  • 신청 이후 정상적인 신규거래를 위한 자금

그런데 대표자가 마지막 현금까지 오래된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고 나면, 정작 회생을 신청할 비용과 운영자금이 남지 않습니다.

그 상태에서 회생을 신청해도 회사는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에 멈출 수 있습니다.

또한 법인은 지급불능뿐 아니라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초과하는 부채초과 상태에서도 파산선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대표자의 주관적인 기대만으로 파산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회생신청을 지나치게 미루는 것은 단순히 신청일을 늦추는 일이 아닙니다.

회생을 선택할 권한 자체를 잃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자의 우유부단함이 직원과 거래처에 남기는 피해

대표자는 결정을 미루면서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조금 더 버텨보다가 안 되면 그때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그 사이 피해는 대표자 개인에게만 쌓이지 않습니다.

직원의 피해

  • 급여와 퇴직금 체불이 늘어난다
  •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는다
  • 재취업을 준비할 시간도 얻지 못한다
  • 회사의 설명을 믿고 개인적인 계획을 세웠다가 피해를 본다
  • 핵심 직원은 회사를 살릴 기회도 없이 떠나게 된다

거래처의 피해

  • 회수하지 못하는 외상매출금이 더 커진다
  • 추가로 납품한 물품대금까지 받지 못한다
  • 특정 거래처만 먼저 돈을 받으면 나머지 거래처의 손실이 커진다
  • 협력업체도 연쇄적인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
  • 갑작스러운 주문중단으로 재고와 원자재가 남는다

고객의 피해

  • 주문제품을 받지 못한다
  • 선급금과 계약금 반환이 어려워진다
  • 사후관리와 품질보증이 중단된다

대표자가 회생신청을 미루는 동안 회사의 채무는 커지고 이해관계인의 피해도 확대됩니다.

따라서 결단을 미루는 것이 반드시 책임감 있는 행동은 아닙니다.

때로는 적절한 시점에 법원의 절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직원과 거래처의 피해를 줄이는 더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기업회생을 앞둔 대표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될 12가지 실수

1. 월간 자금수지만 보고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월말에는 자금이 남더라도 월초에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별 또는 주별 현금흐름을 작성해야 합니다.

2. 받을 돈을 이미 보유한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

매출채권, 재고매각대금과 보증금은 실제 입금 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3. 현금유입의 선행조건을 무시하는 것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먼저 필요한 이사비와 원상복구비처럼, 돈이 들어오기 전에 어떤 비용을 먼저 지출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4. 오래된 거래처부터 먼저 갚는 것

개인적 친분과 사업상의 의리는 채무지급의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5. 대표자가 연대보증한 채무만 우선변제하는 것

회사 전체보다 대표자 개인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지급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며 법률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6. 가장 강하게 독촉하는 업체부터 갚는 것

자금지급은 독촉의 강도가 아니라 영업유지 필요성, 법률관계와 채권자 형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7. 신청비용과 운영자금까지 과거채무에 사용하는 것

마지막 현금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절차와 영업에 필요한 자금일 수 있습니다.

8. 신규 차입으로 며칠만 더 버티려는 것

상환방안이 없는 신규차입은 채무만 늘리고 회생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습니다.

9. 직원과 거래처가 놀랄까 봐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는 것

법인카드와 비필수 지출을 그대로 두면 마지막 운영자금이 새어나갑니다.

10. 전문가에게 불리한 거래를 숨기는 것

특정 변제, 특수관계인 거래와 개인계좌 자금이동을 숨기면 대응할 기회도 사라집니다.

11. 결정을 내리고도 매일 다시 번복하는 것

회생준비와 정상경영을 동시에 어정쩡하게 진행하면 어느 쪽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12. 회사를 살리는 것과 대표자의 체면을 혼동하는 것

회생신청이 부끄러워 시간을 끄는 동안 회사와 직원, 거래처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함을 끊는 대표자의 행동원칙

기업회생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감정적인 결심보다 실행규칙이 필요합니다.

첫째, 의사결정 시한을 정한다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가 아니라 특정 날짜까지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고 정해야 합니다.

그 날짜까지 신규투자, 매출채권 회수와 자산매각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확정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합니다.

둘째, 13주 현금흐름표를 작성한다

희망매출이 아니라 실제 현금 입출금일을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입금 가능성이 불확실한 금액은 별도로 표시하고, 해당 금액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계산해야 합니다.

셋째, 지급결정은 혼자 하지 않는다

회생을 검토하기 시작한 뒤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지급을 대표자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재무담당자와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지급목적과 근거를 기록해야 합니다.

넷째, 과거채무와 신규거래를 구분한다

핵심거래처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 과거 미지급금과 앞으로 발생할 신규거래를 구분해 검토해야 합니다.

과거채무를 무조건 갚는 방식으로 신규거래를 유지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계획한다

예상 매출이 들어오지 않고, 자산매각이 늦어지며,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는 경우에도 회사가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최선의 경우만 가정한 자금계획은 계획이 아니라 기대입니다.

여섯째, 회생 이후에도 유지할 사업을 먼저 정한다

모든 사업과 거래처를 살리려고 하면 어느 것도 살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있고 현금을 만드는 핵심사업에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일곱째, 가족과 직원에 대한 미안함을 잘못된 지급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감정적 죄책감은 특정 채권자나 직원에게만 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투명하게 설명하고, 법적 절차 안에서 공정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냉정한 대표자는 차가운 사람이 아니다

회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하면 일부 대표자는 인간관계를 무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냉정함은 사람을 버리는 태도가 아닙니다.

지금 가진 제한된 현금으로 회사와 직원, 거래처 전체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지를 판단하는 태도입니다.

오래된 거래처 한 곳에 돈을 몰아주고 나머지 거래처에 더 큰 손해를 주는 것이 의리일 수는 없습니다.

신청을 미뤄 급여체불액을 늘리는 것이 직원을 위하는 행동도 아닙니다.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상황을 숨기다가 개인 연대보증과 담보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도 책임감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냉정한 대표자는 불편한 현실을 먼저 인정합니다.

  • 회사에 현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 언제 지급불능이 발생하는지
  • 실제로 회수 가능한 채권이 얼마인지
  • 어떤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지
  • 어떤 지급을 중단해야 하는지
  • 회생을 통해 살아날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 이미 파산을 검토해야 하는 단계인지

이 질문에 숫자와 자료로 답하는 사람이 회사를 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단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다

대표자는 회생신청을 미루면서 자신이 아직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신청하지 않는 동안에도 결정은 계속 이루어집니다.

법인카드는 사용되고, 이자는 발생하며, 직원 급여일은 다가옵니다.

재고는 가치가 떨어지고, 거래처는 공급을 중단하며, 채권자는 가압류를 준비합니다.

핵심직원은 퇴사를 고민하고, 고객은 다른 업체를 찾습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동안 회사는 파산 쪽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따라서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것입니다.

“며칠만 더 두고 보자.”

그 며칠 동안 무엇이 바뀌는지, 어떤 돈이 실제로 들어오는지, 부족자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기다림은 전략이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기 싫어 결정을 늦추는 회피에 불과합니다.

회사가 망한 것이 아니라 대표자가 기회를 놓친 경우

모든 회사가 회생을 통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경쟁력이 사라졌고, 청산가치가 더 높으며, 영업을 계속할수록 손실만 늘어난다면 파산이나 청산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살릴 가능성이 남아 있던 회사가 대표자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그 가능성을 잃는 경우입니다.

현금이 남아 있을 때 신청했어야 했습니다.

핵심거래처가 남아 있을 때 신청했어야 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있을 때 구조조정을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재고와 설비에 가치가 남아 있을 때 사업재편을 검토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표자는 사소한 관계와 체면, 막연한 기대를 모두 붙잡고 있느라 가장 중요한 회사를 놓쳤습니다.

결국 회생절차를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회생절차를 선택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 회사가 파산한 원인을 단순히 경기침체나 거래처 부도에서만 찾기는 어렵습니다.

대표자의 결단 지연과 잘못된 자금집행도 파산을 앞당긴 중요한 원인입니다.

회생을 결심했다면 어제의 고민을 끝내야 한다

기업회생을 고민하는 기간은 고통스럽습니다.

회사를 살릴 수 있을지, 가족과 직원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법원이 받아줄지 수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문가와 충분히 검토한 끝에 회생을 최종 결정했다면 그 이후의 태도는 달라져야 합니다.

현금을 기준으로 자금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일별 입출금 시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받을 가능성이 있는 돈과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돈을 구분해야 합니다.

특정 거래처에 대한 감정적인 지급을 중단해야 합니다.

법인카드와 비필수 지출을 통제해야 합니다.

신청비용과 최소 운영자금을 남겨야 합니다.

불리한 거래도 전문가에게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청해야 할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회생을 결심한 대표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고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고민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대표자가 흔들리면 직원도 흔들리고, 거래처도 흔들리며, 결국 회사 전체가 무너집니다.

반대로 대표자가 현실을 인정하고 원칙에 따라 움직이면, 비록 모든 것을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회사를 재건할 가능성과 이해관계인의 피해를 줄일 기회를 남길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함은 신중함이 아닙니다.

현금이 소진되는 동안 계속 결정을 미루는 것은 회사를 지키는 일이 아닙니다.

회생의 시기를 놓친 뒤 파산 앞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결심한 순간부터 냉정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 이 글은 필자가 기업의 위기 대응과정에서 접한 여러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일반적인 사례입니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편파변제, 자산처분, 신규 차입과 회생·파산 신청 시기의 법률적 평가는 지급 시점, 거래 목적, 채무의 성격, 담보관계와 회사의 재무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자금집행과 법원 신청은 기업회생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회계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진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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