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종결 후 무엇을 바꿔야 할까|회생을 두 번 하지 않으려면
핵심 요약
- 기업회생 종결은 위기 원인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므로 경영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 기존 사업·조직·비용과 대표의 판단방식에서 바꿀 부분을 구체적인 실행과제로 정하세요.
- 종결 이후도 정상화 기간으로 관리하며 같은 문제가 다시 쌓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업회생 사건을 오래 다뤄온 변호사와 함께 있던 자리였습니다.
마침 한 회사의 대표가 기업회생 신청을 상담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변호사는 문밖까지 따라 나가 대표를 배웅하며 무척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제가 말했습니다.
“역시 경륜이 있으셔서 그런지 고객을 참 잘 대하시네요.”
그러자 변호사가 농담처럼 대답했습니다.
“잘해야죠. 10년 후에 다시 오실 고객인데요.”
처음에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설명을 듣고 나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어렵게 회생계획 인가를 받은 뒤 절차까지 무사히 종결한 회사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몇 년 뒤 다시 어려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10년이 지나기도 전에 두 번째 기업회생을 상담하러 찾아오는 대표도 드물지 않다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회생기업이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회생을 계기로 사업구조와 경영방식을 바꾸고 다시 성장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회생 종결을 ‘경영 정상화의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입니다.
회생종결은 회사의 병이 완치되었다는 판정이 아닙니다. 급한 고비를 넘기고, 이제 회사 스스로 원인을 찾아 치료할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회생종결은 졸업장이 아니라 다시 받은 기회입니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대표에게 회생절차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자금 사용과 재산 처분, 중요한 계약과 조직 운영 등 여러 의사결정에서 법원과 관리위원 등의 감독을 받거나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생깁니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회생계획을 지켜야 하며, 회사의 자금 상황도 계속 설명해야 합니다.
대표가 자신의 회사인데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을 견뎌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지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대표는 비로소 큰 짐을 내려놓았다고 느낍니다. 긴장과 압박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안도감이 너무 오래 지속될 때입니다.
“이제 어려운 고비는 넘겼다.”
“부채도 상당 부분 정리되었다.”
“법원의 관리도 끝났으니 다시 사업에 집중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과거의 경영방식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중단했던 골프 모임과 외부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이전보다 더 여유 있는 모습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회사의 실질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대표의 행동만 먼저 과거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회생절차가 부채를 조정해 줄 수는 있지만, 그 부채를 만들어낸 경영방식까지 자동으로 바꿔주지는 않습니다.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한 뒤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회생을 결심하고 나면, 이렇게 하라」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러나 회생을 신청하기 전의 준비만큼 중요한 것이 회생종결 이후의 변화입니다.
기업을 위기에 빠뜨린 원인은 부채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회사가 기업회생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문제는 부채와 현금 부족입니다. 거래처에 지급할 돈이 부족하고, 금융기관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며, 직원 급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나 부채와 현금 부족은 상당수의 경우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입니다.
회사를 실제로 위기에 빠뜨린 원인은 그 이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입니다.
-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큰 조직과 고정비
- 수익성이 낮은 제품과 거래처를 정리하지 못하는 구조
- 대표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의사결정
- 재고가 쌓여도 계속되는 수입과 생산
- 외형 확대를 위해 낮은 마진을 감수하는 영업방식
- 매출은 발생하지만 수금이 늦어지는 거래구조
- 회사 규모와 맞지 않는 사무실·창고·차량 등의 유지
- 직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조직문화
- 과거의 성공방식을 현재에도 고집하는 대표의 판단
기업회생으로 채무가 조정되고 상환기간이 늘어나면 당장의 자금 압박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와 같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수익구조와 비용구조가 그대로라면 줄어든 채무 위에 새로운 채무가 다시 쌓이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회생종결 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얼마나 빚을 줄였는가”가 아닙니다.
“회사가 왜 빚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는가”를 다시 물어야 합니다.
강점이라고 믿었던 것이 위기의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경영정리를 도와드리고 있는 한 회사도 약 10년 전 기업회생을 신청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취급해 왔습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수리하는 전담 애프터서비스 조직도 운영했습니다.
대표는 이를 회사의 중요한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회사는 팔기만 하지만 우리는 직접 수리까지 해준다.”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고객의 여러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성장한 것도 이런 방식 덕분이다.”
겉으로 들으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그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었습니다.
제품 종류는 많았지만 각 제품의 판매량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품종이 소량씩 판매되다 보니 전체 매출과 이익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애프터서비스 조직은 다양한 제품을 수리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제품 분야마다 기술인력을 배치해야 했고, 수리를 위한 부품과 자재도 장기간 보관해야 했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수리용 부품을 보관하는 창고도 비싼 도심지에서 상당한 면적을 차지했습니다.
판매량이 적은 제품이라도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한 기술인력과 부품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매출은 제품 판매 시점에 한 번 발생하지만, 비용은 판매 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제품이 늘어날수록 서비스 인력과 부품 재고, 창고 면적, 관리업무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결국 회사가 강점이라고 내세우던 다품종 판매와 직접 수리 방식이 회사의 고정비와 재고 부담을 키우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가 오랫동안 누적되면서 회사는 약 10년 전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회생을 했지만 사업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회사는 급한 비용을 줄이고 채무를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회생종결 후에도 근본적인 사업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취급 제품을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철수하며, 직접 운영하는 애프터서비스 조직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외부 전문업체에 일부 수리를 맡기거나 제품별 매출과 이익에 맞추어 서비스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표는 기존의 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다품종과 직접 수리는 단순한 사업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회사를 성장시킨 방식이었고, 회사의 정체성이었으며, 대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과 같았습니다.
이런 경우 대표에게 사업구조를 바꾸라는 말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라는 제안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과거 판단과 성공 경험을 부정하라는 말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결국 회사는 과거의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 회생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고정비와 복잡한 운영구조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채무는 조정되었지만 채무를 만들어내던 구조는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다시 기업회생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과거처럼 회생을 통해 되살리기 어려운 상태로 보입니다. 사업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현금보다 감당해야 할 비용과 문제가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기업회생이 회사의 사업구조를 바꿀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기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두 번째 위기는 회생이 아니라 파산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대표가 바뀌지 않으면 회사도 바뀌기 어렵습니다
기업회생에 들어간 원인을 대표 한 사람의 잘못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 변화, 거래처 부도, 환율 상승, 금융환경 악화, 예상하지 못한 소송이나 투자 실패 등 외부 요인이 결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 요인으로 시작된 위기라 하더라도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회사 내부의 취약점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표가 과거의 경영방식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하게 여길 때입니다.
“이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우리 업종은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
“직원들은 전체 사업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
“지금만 넘기면 예전처럼 다시 매출이 올라올 것이다.”
이런 생각에 갇히면 대표는 회생종결 후에도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합니다. 회생을 겪고도 판단기준과 경영습관은 그대로 남게 됩니다.
기업회생은 재무제표의 부채를 조정하는 절차이지만, 회사를 다시 살리는 일은 대표의 판단방식까지 바꾸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가 바뀌지 않은 채 숫자만 조정되었다면 회사는 같은 원인으로 다시 무너질 수 있습니다.
먼저 떠나는 사람은 유능한 직원들일 수 있습니다
회생종결 후에도 회사가 달라지지 않으면 직원들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대표는 채무가 조정되었고 법원의 관리에서 벗어났으니 회사가 정상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일상적인 업무를 통해 회사의 실질을 봅니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계속 취급하는지, 매출이 줄었는데도 불필요한 비용을 그대로 쓰는지, 대표가 다시 과거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돌아가는지, 현장의 문제 제기가 묵살되는지를 지켜봅니다.
유능한 직원일수록 회사가 다시 위험해질 가능성을 일찍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다른 곳으로 옮길 능력과 경력이 있는 사람부터 조직을 떠납니다.
반면 이직이 어렵거나 현재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은 끝까지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어려울 때도 대표와 함께한 의리 있는 직원들”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책임감과 의리 때문에 남는 직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직원이 회사의 정상화에 필요한 인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회사가 다시 성장하려면 기존의 방식을 의심하고 숫자를 분석하며, 때로는 대표에게 불편한 의견도 제시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먼저 떠나고 변화에 소극적인 사람들만 남으면 회사의 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집니다.
회생종결 후 핵심인력의 이탈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내린 집단적인 평가일 수 있습니다.
회생종결 후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회사는 비용을 줄이고 사업을 정리하려 노력합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자금 사용과 자산 처분, 중요한 계약과 조직 개편 등에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채권자와 법원의 판단도 고려해야 합니다.
회생종결 후에는 회사가 스스로 더 많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결은 긴장을 풀어도 되는 시점이 아니라 그동안 미뤄두었던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먼저 다음 질문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점검 분야 |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 |
|---|---|
| 위기의 원인 | 회생에 들어간 직접적인 계기와 구조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
| 수익구조 | 제품별·거래처별로 실제 이익이 남고 있는가 |
| 고정비 | 현재 매출과 이익으로 인력·사무실·창고를 감당할 수 있는가 |
| 현금흐름 | 영업을 통해 변제금과 운영자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가 |
| 재고 | 판매 가능성이 낮은 장기재고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
| 조직 | 핵심인력이 회사를 떠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
| 대표의 판단 | 과거의 성공방식을 현재에도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
| 사업구조 | 회생의 원인이 된 사업구조가 실제로 달라졌는가 |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다음 항목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1. 직접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원인을 구분해야 합니다
어느 거래처의 부도나 금융기관의 대출회수는 회생에 들어가게 된 직접적인 계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왜 그 충격 하나를 견디지 못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거래처 편중, 낮은 이익률, 과도한 재고, 높은 고정비, 늦은 수금, 무리한 투자 가운데 어떤 문제가 회사의 체력을 약하게 만들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2. 제품별·거래처별 실제 이익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매출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제품과 거래처를 계속 유지해서는 안 됩니다.
매입원가뿐 아니라 영업비, 물류비, 설치비, 애프터서비스 비용, 반품과 재고 부담까지 반영해 실제 이익을 계산해야 합니다.
팔수록 현금이 부족해지는 거래라면 매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3. 대표가 강점이라고 믿는 요소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유지해 온 사업방식, 대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조직, 회사의 전통이라고 부르는 제도가 오히려 가장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 회사를 성장시킨 방식이 현재에도 반드시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그 방식을 유지하는 비용이 현재의 매출과 이익을 넘어선다면 더 이상 강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4. 고정비를 현재의 매출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회생 전의 매출이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조직과 시설을 유지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확인되는 매출과 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인력, 사무실, 창고, 차량, 서비스 조직의 규모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회사가 언젠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재의 과도한 고정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5. 핵심인력의 이탈 원인을 대표가 직접 들어야 합니다
직원이 떠날 때 단순히 더 좋은 조건을 찾아갔다고 생각하면 중요한 신호를 놓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방향에 대한 실망인지, 대표의 의사결정 방식 때문인지,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유능한 직원들이 연이어 떠난다면 급여 외의 원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6. 대표 개인의 경비와 외부 활동도 달라져야 합니다
회생종결 후 곧바로 과거의 소비와 대외활동으로 돌아가면 직원과 거래처는 회사가 실제로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자금뿐 아니라 대표의 시간 사용, 인간관계, 의사결정 방식도 회생 전과 달라져야 합니다.
회생종결은 대표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회사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7. 종결 후 최소 1년은 별도의 정상화 기간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회생절차가 끝났다고 곧바로 평상시 경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월별 현금흐름, 제품별 수익성, 재고, 매출채권, 고정비와 인력 변동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정상화 기간이 필요합니다.
회생계획상 변제를 잘하고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회생종결 뒤 경영에서 바꿔야 할 네 가지
본문의 경영개선 제안을 요약했습니다. 법원의 절차나 종결 요건을 설명하는 도식은 아닙니다.
두 번째 기업회생은 첫 번째와 조건이 다릅니다
두 번째 기업회생은 첫 번째와 같은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첫 번째 회생 당시에는 남아 있던 시장의 신뢰, 직원의 기대, 거래처의 협조, 금융기관의 인내가 두 번째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유능한 직원들은 이미 떠났을 수 있고, 거래처는 결제조건을 강화했을 수 있으며, 회사의 제품과 사업모델은 더 오래되었을 수 있습니다. 대표도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져 이전처럼 현장을 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첫 번째 회생 이후에도 회사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확인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위기는 첫 번째보다 훨씬 깊을 수 있습니다. 회생을 다시 신청한다고 해서 같은 기회를 한 번 더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업회생 재수’라는 표현은 가볍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마지막 생존 가능성까지 소진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회생종결은 축하보다 질문이 먼저 필요한 날입니다
기업회생 종결은 분명 축하할 일입니다.
대표와 직원들이 오랜 시간 견디며 회사를 지켜낸 결과이고, 채권자와 거래처의 협조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서로를 격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반드시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왜 회생에 들어갔는가?”
“그 원인은 지금 정말 사라졌는가?”
“채무만 줄어든 것인가, 사업구조도 달라진 것인가?”
“대표의 판단방식과 조직문화는 회생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현재의 매출과 이익으로 이 조직과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가?”
“유능한 직원들이 이 회사의 미래를 믿고 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냉정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회생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법원의 절차만 끝났을 뿐,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회생종결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허가가 아닙니다.
과거와 다른 회사로 변할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종결 직후부터 기존 사업과 조직, 비용, 대표의 판단방식까지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때로는 회사의 강점이라고 믿었던 것까지 내려놓아야 합니다.
기업회생을 어렵게 졸업한 회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또 다른 외부 위기만이 아닙니다.
회생을 겪고도 달라지지 않은 자기 자신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