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다친 상처,신뢰훼손의 이미지

사람에게 다친 상처, 가장 낫기 힘든 병

사업을 오래 하다 보면 돈을 잃는 일도 있고, 거래처가 무너지는 일도 있으며,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입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대표들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돈을 잃은 사건 자체가 아닙니다.

사람에게 당한 일입니다.

오랫동안 믿었던 거래처 사장, 아껴서 키운 직원, 회사 형편이 어려울 때 함께했던 동료, 가까운 측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은 금전적인 손실보다 훨씬 오래 마음속에 남습니다.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흉터라도 남기고 아물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몇 년이 지나도 문득문득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에게 다친 상처가 어쩌면 가장 낫기 힘든 병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 아래 사례들은 제가 오랜 기간 사업 현장에서 직접 접하거나 주변에서 들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개인과 기업을 특정할 수 없도록 일부 상황과 표현을 재구성했습니다.

20년을 형제처럼 지낸 거래처 사장

제가 아는 K 사장님에게는 P라는 거래처 사장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업계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서로 형님, 동생 하며 지냈고, 바쁠 때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함께 골프를 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두 회사 직원들도 서로를 잘 알았습니다.

직원들끼리도 마치 한 그룹의 계열회사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거래도 일반적인 거래처와는 달랐습니다.

필요하면 외상으로 제품을 먼저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결제가 늦어질 때가 있었지만 결국 돈은 모두 들어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관계가 20년이나 이어지면 신뢰는 어느 순간 계약이나 담보보다 앞서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시기 외상매출금이 조금씩 쌓여 약 5억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K 사장님이 독촉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날 골프 모임에서 P 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이번에 회사에서 건물을 하나 사면서 계약금이 들어가 자금이 잠시 묶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은행 대출금이 나오니 결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었습니다.

그 말을 굳이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였습니다.

한밤중에 술에 취한 영업직원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P 회사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도 없고, 집기도 상당 부분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20년을 형제처럼 지냈던 거래처 사장에게 약 5억 원의 외상매출금을 떼였습니다.

나중에 되돌아보니 더 충격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골프장에서 P 사장이 먼저 다가와 자금 사정을 설명했던 그 시점에는 이미 사업장을 정리하고 도주할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순간은 돈을 잃었을 때만이 아닙니다.

“그때도 나를 속이고 있었던 것인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도와준 직원에게서 받은 더 큰 배신

또 다른 K 대표에게는 영업을 아주 잘하는 직원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직원은 능력은 뛰어났지만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K 대표는 그 직원을 아꼈습니다.

회사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의 개인 돈까지 빌려주었습니다.

그 직원 역시 대표의 기대에 부응하듯 좋은 영업실적을 계속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직원이 심각한 보고를 해왔습니다.

자신이 담당하던 거래처 한 곳에 20억 원이 넘는 외상매출금이 쌓여 있는데, 그 거래처가 사실상 부도가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표현으로는 ‘만세를 불렀다’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표는 이미 나간 물건이라도 회수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지만 그것도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거래처 대표 역시 법적으로 처리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회사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사건 때문에 1년 넘게 자금난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담당 영업직원은 자기도 책임감을 느낀다며 결국 회사를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대표도 그 직원을 크게 원망하지 못했습니다.

자신도 책임을 느끼고 퇴사하는 모습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3년쯤 지나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발생했던 대규모 외상매출 사고가 단순한 거래처 부도가 아니라, 그 영업직원이 거래처와 협조해 만들어낸 일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입니다.

대표가 받았던 충격은 20억 원의 손실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을 안타깝게 여기고 개인 돈까지 빌려주었던 직원이 오히려 회사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더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가장 믿었던 경리부장이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있었다

박 모 사장에게는 회사 창업 초기부터 함께한 경리 담당 직원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믿는 직원이 되었습니다.

경리 직원은 부장으로 승진했고, 회사가 성장한 뒤에는 회사 주식 일부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만큼 신뢰가 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매출과 이익이 분명히 나오고 있는데 실제 자금 흐름이 자신이 예상하는 것과 계속 맞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사업을 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느낌이 계속되어 자료를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가장 신뢰했던 경리부장이 허위 거래 증빙을 만드는 방법으로 매년 2억 원이 넘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빼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외부인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자금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표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람이 회사의 가장 큰 위험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키운 사람이 나를 끌어내렸다

전문경영인으로 코스닥 회사 대표까지 지낸 이 모 사장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나름 괜찮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내 정치에 휘말리면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중도 해임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너 측의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 과정의 내부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자신의 측근처럼 행동하던 김 모 부장이 오너 일가와 인맥이 있는 일부 이사진과 가까워지면서 이 사장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퍼뜨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상의 여러 상황도 상당 부분 왜곡되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더 아픈 것은 그 김 부장이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점입니다.

이 사장이 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직접 데리고 일을 가르친 직원이었습니다.

업무보고서 쓰는 방법부터 결재를 올리는 방법, 거래처를 상대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쳤습니다.

사내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마케팅팀장 자리까지 맡기며 성장시킨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이사 승진 가능성이 보이자 자신을 가르치고 키워준 사람을 자신의 승진을 위한 제물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에게 단순히

“사람 보는 눈이 없었네요.”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이야기입니다.

20년을 함께한 사람이었고, 수년 동안 능력을 확인한 직원이었으며, 오랫동안 회사의 핵심 업무를 맡긴 사람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모두 속임수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사람의 이해관계가 변하면서 관계도 변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배신을 겪은 대표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

이런 일을 겪은 대표들을 만나면 비슷한 말을 합니다.

“이제 사람을 못 믿겠어.”

그 말에는 단순한 분노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 자책도 들어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의심도 생깁니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구나.”

심한 경우에는 그 상처가 다음 관계까지 따라갑니다.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도 의심부터 하고, 정상적인 거래처에도 지나치게 경계하며,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과거의 배신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보면 큰 배신을 경험한 뒤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위험을 지나치게 크게 감지하거나, 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까지 확대해서 적용하기 쉽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는 있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능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 명의 배신자는 이미 떠났는데 그 사람이 계속 내 판단과 감정, 경영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그것은 너무 큰 대가입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오래가는 이유

금전적인 손실은 숫자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5억 원을 잃었다면 5억 원이라는 손실이 남습니다.

20억 원을 손해 보았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이익으로 조금씩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계산이 어렵습니다.

상처의 상당 부분이 돈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믿었던 사람이 실제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현재의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까지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때 웃으면서 나와 골프를 치던 것도 거짓이었나.”

“그때 어렵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것도 계산된 행동이었나.”

“나를 존경한다고 했던 말도 전부 거짓이었나.”

현재의 사건이 과거의 수많은 좋은 기억까지 오염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낫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믿지 않고 사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결국 사업도 일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사람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직원도 필요하고 거래처도 필요하며 동업자와 협력자도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업무상의 통제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오래 알고 지낸 거래처라고 해서 외상한도가 없어져서는 안 됩니다.

믿는 직원이라고 해서 한 사람이 계약, 출고, 채권관리까지 모두 통제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오래 근무한 경리직원이라고 해서 자금 집행과 회계 검증을 한 사람에게 전부 맡겨서는 안 됩니다.

측근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이라고 해서 조직 내 모든 정보와 권한을 집중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시스템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시스템이 있어야 신뢰도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믿음에도 한도가 있어야 합니다

은행은 아무리 오래 거래한 기업이라도 신용한도를 정합니다.

그 기업의 대표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평가해서 대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무상태, 담보, 현금흐름,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한도를 정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20년 거래한 거래처라면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다는 것과 외상매출금 5억 원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방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래 함께한 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업무를 맡긴다는 것과 견제 장치를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경영에서는 인간적인 신뢰를 업무상의 무제한 권한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저 사람만은’이라고 생각할 때입니다

대표들이 사고를 당한 뒤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은 믿었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사업 상황이 변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형편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권력관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환경과 욕심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평가할 때는

“저 사람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고 단정하기보다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회사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가.”

를 생각하는 편이 경영적으로 훨씬 안전합니다.

배신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시스템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는 만들 수 있습니다.

외상매출에는 거래처별 한도와 결제기간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이나 기간을 넘어가면 추가 출고를 중단하는 원칙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큰 금액의 외상거래라면 대표 개인의 친분과 상관없이 재무자료와 담보, 지급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업사원 한 사람이 거래처 관리부터 출고, 채권관리까지 모두 장악하지 못하도록 업무를 나누는 것도 필요합니다.

회계와 자금업무 역시 한 사람이 장기간 독점하지 않도록 승인 절차와 정기적인 점검을 두어야 합니다.

특정 직원에게 정보와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지 않도록 보고라인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내부통제를 이야기하면 직원들을 믿지 못해서 감시하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대표들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클수록 그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사람이 돈을 받고, 장부를 만들고, 거래를 승인하고, 그 결과까지 보고한다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회사는 불필요한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

거래처도 마찬가지입니다.

20년을 거래했어도 외상한도는 있어야 하고, 친한 사람의 회사라도 결제가 일정 기간 늦어지면 출고를 멈추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원칙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아야 오히려 인간관계도 보호됩니다.

“당신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는 누구에게나 이렇게 합니다.”

대표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관리시스템은 사람을 의심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약함 때문에 좋은 관계까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을 믿고 맡기는 것과 직원의 업무를 평가하고 확인하는 것 역시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평가와 의사소통 체계가 있어야 대표와 직원 사이의 불필요한 오해와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배신 이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잉 일반화입니다

큰 배신을 경험하면 사람의 마음은 쉽게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

“직원은 결국 자기 이익만 생각한다.”

“거래처는 돈 앞에서는 전부 똑같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당한 일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손실이 발생합니다.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만들 기회를 잃게 됩니다.

좋은 직원을 키우지 못하고, 좋은 거래처와 깊은 관계를 만드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심리학에서는 하나의 좋지 않은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이후의 판단에 적용하는 경향을 경계합니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직원이 배신했다고 모든 직원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조직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한 거래처에 돈을 떼였다고 모든 거래처를 잠재적 사기꾼처럼 대한다면 좋은 거래관계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배신을 경험한 뒤에는 사건과 사람을 분리해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지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용서와 다시 믿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뒤 주변에서는 쉽게 말합니다.

“이제 잊어버려.”

“용서해야 마음이 편하지.”

그 말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에서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내려놓는 것과 다시 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용서는 감정의 문제일 수 있지만 신뢰는 다시 검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마음속 원망은 내려놓더라도 다시 돈을 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미워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다시 함께 사업할 필요도 없습니다.

과거를 붙들고 살지 않는 것과 위험을 잊어버리는 것은 다릅니다.

상처를 극복한다는 것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이 앞으로의 판단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 결국 대표가 할 일입니다

사업을 오래 하면 좋은 사람도 만나고 좋지 않은 사람도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고, 어떤 사람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 등을 돌립니다.

이것을 완전히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같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은 있습니다.

사건이 생긴 뒤 그 사람을 욕하는 데에서 끝내지 않고 왜 사고가 가능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어떤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었는지,

어떤 확인 절차가 빠져 있었는지,

친분 때문에 어떤 원칙을 무시했는지,

위험 신호가 있었는데도 인간적인 믿음 때문에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관리 시스템 하나를 더 만들고, 거래 기준 하나를 보완하고, 내부 통제 장치 하나를 더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그 상처가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믿되, 경계는 남겨두어야 합니다

사람을 의심하면서 사는 것도 불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무조건 믿는 것도 사업에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 사업가들의 경험을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사람을 믿을 수는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도 있고, 좋은 직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도 있으며, 오래된 거래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믿음 때문에 업무상의 경계를 없애지는 말아야 합니다.

외상한도는 외상한도대로 관리하고,

자금은 자금대로 확인하며,

권한은 적절하게 나누고,

중요한 일에는 반드시 확인 절차를 두어야 합니다.

그것은 사람을 믿지 않는 행동이 아닙니다.

사업을 지키고, 나 자신을 지키고, 오히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낫지 않습니다.

어쩌면 돈을 잃은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상처 때문에 앞으로 만날 모든 사람을 의심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는 기억하되 사람에 대한 믿음까지 버리지는 말아야 합니다.

대신 그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사람을 이해하고, 조금 더 냉정하게 업무를 바라보고, 조금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면 됩니다.

사람에게 다친 상처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앞으로의 삶과 사업까지 계속 다치게 하도록 내버려둘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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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성장할수록 사람에 대한 신뢰만으로 조직을 운영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직원을 믿는 것과 직원의 업무를 평가하고 확인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평가와 의사소통 체계가 있어야 대표와 직원 사이의 불필요한 오해와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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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작은 회사일수록 직원관리를 개인적인 친분이나 대표의 기억에 의존하기 쉽습니다. 근로계약, 급여, 퇴직, 인사기록 등 기본적인 관리체계를 갖춰놓는 것이 오히려 대표와 직원을 모두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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