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패를 부르는 오만을 피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이미지

망한 사업가들이 끝내 버리지 못한 것 : 신념과 오만의 경계

신념은 사람을 성공시키지만, 오만은 실패마저 인정하지 못하게 합니다

사업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상할 정도로 비슷한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정말 잘 나갔습니다. 직원이 백명을 넘었고, 한 해에 집행한 광고비만 해도 수십 억원이었습니다.”

“그 거래처만 배신하지 않았어도 지금도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을 겁니다.”

“정부 정책이 그렇게 갑자기 바뀌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망한 겁니다.”

“투자자들이 약속만 지켰어도 충분히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듣고 있으면 결국 비슷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내 경영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경험하고 직접 회사를 경영하며 수많은 사업가들을 만나왔습니다.

사업이 잘되는 사람도 봤고,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람도 봤습니다.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고, 과거의 영광만 붙잡은 채 같은 자리를 맴도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실패한 사업가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운이 나빴을 수도 있습니다.

거래처가 실제로 약속을 어겼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무책임했을 수도 있고, 정책 변화나 경기 침체가 결정적인 원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업 실패에는 수많은 외부 요인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이 사람은 사업보다 먼저 자신의 객관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사업가는 원래 신념이 강한 사람입니다

사업은 확신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제품을 만들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돈을 투자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공장을 세우고, 빚까지 내며 미래에 베팅하는 일은 보통 사람에게 쉽지 않습니다.

사업가는 어느 정도 고집이 있어야 합니다.

주변에서 반대한다고 금방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한두 번 실패했다고 방향을 계속 바꿔서도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버티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신념은 분명 사업가의 중요한 자질입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업가들 대부분은 남들보다 강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신념이 어느 순간부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신념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확신이 되었습니다.

성공이 몇 번 이어지자 자신감이 되었고, 자신감이 지나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누구도 자신의 판단을 바로잡을 수 없는 오만으로 변합니다.

신념과 오만의 차이는 손뼘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실패한 사업가의 이야기에는 정작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만난 실패한 사업가들의 공통점은 돈이 없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때는 정말 잘나갔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매출이 크게 늘었던 시절도 있었고, 백여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성공한 사업가라는 말을 듣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실패한 뒤에도 과거의 성공을 아주 오래 이야기합니다.

현재보다 과거를 더 많이 말합니다.

지금 회사가 왜 어려운지보다, 예전에 얼마나 잘나갔는지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런데 그들의 실패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거래처가 등장합니다.

정부가 등장합니다.

직원이 등장합니다.

투자자가 등장합니다.

경쟁사와 환율, 금리, 경기 침체, 코로나, 중국 공장이 모두 등장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나는 어떤 판단을 잘못했는가.”

“내가 너무 늦게 대응한 것은 무엇인가.”

“직원들이 반대했을 때 왜 듣지 않았는가.”

“언제 사업을 축소하거나 멈췄어야 했는가.”

이런 질문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모두 밖에 있고, 자신의 경영 판단은 끝까지 옳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업 실패 자체보다 더 위험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성공 경험은 때로 사람을 속입니다

사업이 잘될 때는 자신의 판단이 모두 맞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선택한 제품이 잘 팔리고, 매출이 늘고, 직원이 늘어나고, 주변에서 대표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자신감도 함께 커집니다.

처음에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했던 사람도 성공이 반복되면 조금씩 달라집니다.

직원의 반대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의 걱정으로 들립니다.

거래처의 경고는 자기 이익을 지키려는 말처럼 들립니다.

전문가의 조언도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이야기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과거에 자신의 판단이 몇 번 맞았다는 이유로, 앞으로의 판단도 계속 맞을 것이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은 현재 판단의 정확성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변하고, 소비자는 변하고, 기술과 유통구조도 변합니다.

과거에 맞았던 방식이 지금은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성공에 취한 사업가는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때부터 신념은 현실을 뚫고 나가는 힘이 아니라, 현실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벽이 됩니다.

사실은 본인도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패한 사업가들이 모두 끝까지 진심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오랫동안 지켜본 바로는, 많은 대표들이 속으로는 어느 순간부터 알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틀린 것 아닐까.’

매출이 계속 떨어집니다.

재고가 쌓입니다.

신제품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하나둘 떠납니다.

거래처가 결제를 미루고, 은행의 태도도 달라집니다.

숫자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표 역시 그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밤에 혼자 있을 때는 불안합니다.

자신이 이끌어온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사업을 축소하거나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다음 날 회사에 나오면 다시 태연한 얼굴로 말합니다.

“조금만 버티면 됩니다.”

“다음 계약만 성사되면 살아납니다.”

“곧 큰 투자금이 들어옵니다.”

“이번 신제품이 나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올해만 넘기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에게 큰소리쳤기 때문입니다.

거래처에도 성공을 장담했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자신 있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방향을 바꾸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사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처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볼까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업 문제보다 남의 시선이 더 무서워집니다.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인생 전체가 부정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되돌아가기보다 계속 앞으로 갑니다.

길이 맞아서가 아니라, 이제 와서 돌아설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입니다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도 손쓸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다.

사업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재고를 털고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직원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매각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회생절차를 준비하거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사업을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결정에는 때가 있습니다.

회생도 타이밍입니다.

구조조정도 타이밍입니다.

철수도 타이밍입니다.

손실을 인정하는 것도 타이밍입니다.

그런데 많은 대표가 결정을 미룹니다.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기 싫어서입니다.

주변 시선이 두려워서입니다.

혹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상황이 반전될 것 같아서입니다.

오늘 해야 할 결정을 다음 달로 미루고, 다음 달 해야 할 결정을 내년으로 넘깁니다.

그 사이에 현금은 마르고, 직원들은 떠나고, 거래처의 신뢰는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일부 사업만 정리하면 살릴 수 있었던 회사가 나중에는 회사 전체를 정리해도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제가 본 많은 회사들은 처음부터 살릴 수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닙니다.

살릴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가장 큰 적은 시장도, 경쟁사도, 자금도 아니었습니다.

자존심과 체면, 그리고 남의 시선이었습니다.

희망과 자기기만은 다릅니다

실패한 사업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말도 자주 듣습니다.

“상황만 조금 달라지면 다시 대박을 칠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갖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사업가는 누구보다 미래를 믿어야 합니다.

그러나 희망은 현실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구체적인 자금계획도 없고, 고객의 반응도 없고, 숫자도 계속 악화되는데 단지 상황이 바뀌기만 기다린다면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 기대에 가깝습니다.

기대가 반복되면 자기위안이 되고, 자기위안이 오래되면 자기기만이 됩니다.

특히 과거에 한 번 성공한 사람일수록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하게 믿습니다.

“내가 예전에도 해냈는데 이번에도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때의 시장과 지금의 시장은 다릅니다.

그때의 자금력과 지금의 자금력도 다르고, 나이와 조직, 신뢰도, 거래처 상황도 다릅니다.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성공 가능성으로 착각하면 현실적인 준비보다 지난 영광에 기대게 됩니다.

희망은 사람을 살립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희망은 마지막 결단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실패를 인정하는 사람은 다시 일어섭니다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성공만 경험한 사람은 아닙니다. 

돌아보면 잘못된 판단도 있었고, 더 일찍 멈췄어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업 실패 자체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든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예상과 다를 수도 있고, 좋은 제품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실패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때는 제가 틀렸습니다.”

“직원들이 반대했는데 제가 듣지 않았습니다.”

“사업성이 아니라 제 욕심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조금 더 일찍 정리했어야 했습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너무 믿었습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패를 정확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모든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는 사람은 두 번째 기회를 얻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원이 바뀌어도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사업 아이템이 바뀌어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시장과 거래처가 달라져도 결국 비슷한 결론에 이릅니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자신의 판단 방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업가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경쟁사가 아닙니다

사업가는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신념이 없다면 새로운 시장도, 새로운 제품도, 새로운 도전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순간부터 그 신념은 더 이상 무기가 아닙니다.

독이 됩니다.

확고한 신념과 오만의 결정적인 차이는 단순합니다.

신념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믿지만, 사실이 달라지면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오만한 사람은 사실이 달라져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습니다.

신념은 사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판단을 버릴 수 있습니다.

오만은 자신의 판단을 지키기 위해 사업을 희생합니다.

30년 넘게 사업 현장을 지켜보며 제가 얻은 결론은 하나입니다.

망한 사업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돈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너무 늦게까지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속으로는 의심하면서도 인정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끌어온 길을 되돌릴 자신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주춤거리다가 마지막 손쓸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사업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실패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끝까지 외면하고, 그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업가는 시장 때문에 망할 수 있습니다.

경기 때문에 망할 수도 있고, 운이 나빠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많은 회사를 마지막까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것은 결국 한 문장이었습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때로는 그보다 더 위험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회사를 무너뜨린 것은 잘못된 판단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그 판단을 바로잡을 마지막 순간에도 돌아서지 못한 자존심이었습니다.

마치며

이 글을 쓰면서 저 역시 과거의 제 모습을 여러 번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실패한 사업가들만을 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빠질 수 있는 함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하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사업을 하며 ‘내가 옳다’는 믿음으로 버틴 적이 있었습니다. 더 일찍 현실을 인정했더라면 훨씬 작은 상처로 끝났을 일을 뒤늦게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사업가들의 모습에는 다른 사람뿐 아니라 과거의 제 모습도 들어 있습니다.

신념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닙니다. 사업가는 신념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념이 현실보다 앞서고, 자신의 판단을 지키기 위해 사업과 사람을 희생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오만이 됩니다.

저는 지금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려고 합니다.

“나는 지금 신념으로 버티고 있는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버티고 있는가.”

사업의 성패는 어쩌면 이 질문에 얼마나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가에서 갈리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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