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주수량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많이 사면 싸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
핵심 요약
- 첫 발주는 낮은 단가보다 시장을 확인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재고와 자금 규모로 정해야 합니다.
- 판매 예상이 빗나갈 때의 보관·할인·자금 부담을 함께 계산하세요.
- 잘 팔리면 추가 주문할 수 있도록 현금과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좋은 초도발주의 기준입니다.
새로운 상품을 처음 발주할 때 사업자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처음에 몇 개를 사야 할까?”
공장은 대개 수량이 많아질수록 가격을 낮춰 줍니다.
500개보다 1,000개가 싸고, 1,000개보다 3,000개가 쌉니다.
여기에 운송비까지 계산하면 더 헷갈립니다.
수량이 많아질수록 제품 한 개당 운송비도 낮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500개만 사려고 했던 사업자가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어차피 팔 거라면 처음부터 많이 사는 게 낫지 않을까?”
“3,000개를 사면 단가도 내려가는데?”
“컨테이너 하나를 채우면 운송비도 훨씬 싸지는데?”
계산만 보면 맞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이 판단 때문에 첫 발주부터 재고가 쌓이고, 현금이 묶이고, 다음 사업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생각하는 첫 발주의 목적은 조금 다릅니다.
첫 발주는 가장 싸게 사는 주문이 아니라, 시장을 확인하면서 실패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는 주문이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단가를 최저로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수량을 정하는 것입니다.
첫 발주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많이 사면 싸다”입니다
제품을 제조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하면 수량이 많을수록 단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이런 견적을 받았다고 해보겠습니다.
- 1,000개 주문: 개당 6달러
- 3,000개 주문: 개당 5.5달러
3,000개를 주문하면 개당 0.5달러를 아낄 수 있습니다.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계산합니다.
“어차피 앞으로 3,000개 이상 팔 것인데, 처음부터 3,000개 사면 1,5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겠네.”
여기까지만 보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다른 숫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만약 실제 월 판매량이 200개라면 어떨까요?
1,000개를 발주하면 약 5개월치 재고입니다.
3,000개를 발주하면 약 15개월치 재고가 됩니다.
개당 0.5달러를 아끼기 위해 추가로 2,000개를 사면서 11,000달러의 자금을 더 재고에 묶어두는 셈입니다.
여기에 운송비, 관세, 부가가치세, 창고비까지 더해집니다.
이 상황에서도 개당 0.5달러를 아낀 것을 정말 원가절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단가가 싸진 것과 사업 전체의 비용이 낮아진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단가와 함께 봐야 할 재고 소진기간
본문의 가정: 판매속도 월 200개가 일정하고 추가 입고·불량 등은 없다고 단순화했습니다. 낮은 단가를 선택하면 자금이 재고에 머무는 기간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첫 발주는 ‘판매 예상’이 아니라 ‘판매 검증’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처음 출시할 때는 판매량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시장조사를 할 수 있고, 경쟁제품의 판매량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검색량도 볼 수 있고, 유통업체의 의견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기 제품이 실제로 얼마만큼 팔릴지는 출시해 보기 전까지 모릅니다.
이것이 첫 발주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첫 발주를 결정하는 시점은 사업자가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 판매데이터는 가장 부족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첫 발주를 “판매를 위한 대량구매”보다 “시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재고”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500개를 들여와서 잘 팔리면 다음에는 1,000개를 주문하면 됩니다.
1,000개가 빠르게 소진되면 2,000개, 3,000개로 늘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3,000개를 들여왔는데 예상과 달리 판매가 되지 않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업에서는 주문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이미 사온 재고를 줄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상 판매량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 판매예측이 낙관적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계산을 합니다.
“하루 20개만 팔면 한 달에 600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3개월 판매량인 1,800개 정도를 발주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하루 20개가 왜 팔릴까요?
쇼핑몰에 제품을 등록했다고 하루 20개가 자동으로 판매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문자가 있어야 하고,
광고를 해야 하며,
검색노출이 되어야 하고,
상세페이지에서 고객을 설득해야 하며,
경쟁제품과 비교해 선택받아야 합니다.
하루 20개는 계산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따라서 첫 발주수량을 정할 때는 예상 판매량 하나만 놓고 결정하기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월 500개 판매를 예상한다면 저는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낙관 시나리오: 월 500개
기준 시나리오: 월 300개
보수 시나리오: 월 150개
그리고 질문해 봅니다.
월 150개밖에 팔리지 않아도 현재 발주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가?
첫 발주에서는 낙관적인 경우보다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할 때를 먼저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재고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묶여 있는 현금입니다
초보 사업자가 재고를 볼 때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창고에 제품이 있으면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회계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제품이 팔리기 전까지 재고는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5,000만 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4,000만 원어치 제품을 처음 발주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창고에는 4,000만 원어치 상품이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통장에는 1,000만 원밖에 남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광고비를 써야 합니다.
택배비를 내야 합니다.
사무실이나 창고비도 지출됩니다.
직원이 있다면 급여도 줘야 합니다.
그런데 판매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는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금이 부족해집니다.
이 때문에 저는 첫 발주수량을 정할 때 제품을 살 수 있는 돈이 있는지보다 제품을 사고 난 뒤에도 운영할 돈이 남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잘 팔려도 발주수량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재고위험만 이야기하면 “그러면 무조건 적게 사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너무 적게 발주하면 반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품이 예상보다 잘 팔렸는데 재고가 바닥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해서 수입하는 상품이라면 주문한 다음 바로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생산기간이 필요합니다.
검품을 해야 합니다.
선적해야 합니다.
해상운송 기간이 필요하고 통관도 해야 합니다.
다음 물량이 국내 창고에 도착할 때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제품이 품절되면 판매기회를 잃습니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검색순위나 광고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첫 발주수량은 무조건 적게 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재고가 남을 위험과 품절될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문제입니다.
첫 발주수량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은 재발주 리드타임입니다
제품을 한 달에 300개씩 판매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재발주에서 국내 입고까지 한 달이 걸리는 제품과 세 달이 걸리는 제품은 필요한 재고수량이 다릅니다.
재발주 리드타임이 한 달이라면 재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비교적 빠르게 추가발주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 40일, 해상운송 20일, 통관과 국내입고까지 포함해 두 달 이상 걸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재고가 거의 다 떨어진 후 주문해서는 늦습니다.
따라서 첫 발주를 할 때도 단순히
예상 판매량 × 몇 개월
이라는 식으로 계산하기보다,
판매속도 + 생산기간 + 운송기간 + 통관기간 + 안전재고
를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해외 OEM 상품이라면 생산이 항상 계획대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생산이 늦어질 수도 있고, 검품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출고가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안전재고는 필요합니다.
컨테이너를 채우기 위해 발주수량을 늘리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수입업무를 하다 보면 자주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FCL과 LCL입니다.
FCL은 컨테이너 한 대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식이고, LCL은 여러 화주의 화물을 한 컨테이너에 함께 싣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물량이 충분하다면 FCL이 제품 한 개당 운송비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판단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컨테이너 하나를 거의 채우는데 조금 더 발주해서 FCL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실제로 저 역시 수입업무를 하면서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가능하면 컨테이너를 채워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 판매속도나 재고상황을 봤을 때 컨테이너를 채우기 위해 추가발주하는 물량이 과도한 재고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 차라리 LCL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LCL의 개당 운송비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불필요한 제품 수천 개를 추가로 사서 창고에 쌓아두는 것보다 전체 사업에서는 훨씬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재고를 늘리는 순간, 물류비 절감이 아니라 재고투자가 되어 버립니다.
이 문제는 기존 글 「LCL과 FCL 차이|운송비만 보고 풀컨테이너를 선택하면 안 되는 이유」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첫 발주수량을 결정할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MOQ는 공장의 사정이지 내 판매량이 아닙니다
중국 공장과 거래하면 MOQ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Minimum Order Quantity, 최소주문수량입니다.
공장에서 MOQ가 1,000개라고 하면 초보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1,000개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공장의 MOQ는 공장이 생산하기 편한 최소수량이지, 내가 판매하기 적절한 수량은 아닙니다.
공장은 원재료 구매량, 생산라인 세팅비, 포장 인쇄수량, 작업효율 등을 고려해서 MOQ를 정합니다.
사업자는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자금,
내 판매량,
내 재고위험,
내 시장검증 단계가 기준입니다.
따라서 공장의 MOQ가 사업자의 적정 초도발주량보다 크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협상을 해야 합니다.
단가를 조금 높여서라도 첫 물량을 줄이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포장방식을 단순하게 해서 MOQ를 낮출 수도 있습니다.
공장의 기존 모델이나 기존 포장을 이용해서 초기수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중국 공장 MOQ 낮추는 현실적인 협상방법|초도물량 줄이는 7가지 방법」에서 별도로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MOQ에 사업계획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사업계획에 맞게 MOQ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계절상품은 첫 발주를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계절상품은 재고위험이 특히 큽니다.
예를 들어 온풍기 같은 겨울상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1월과 12월에는 잘 팔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월이 지나면 판매속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3,000개가 남는다면 단순히 몇 달 동안 판매하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상 다음 겨울까지 재고를 보관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새로운 경쟁제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시장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 트렌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 동일한 제품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절성이 강한 제품에서는 시즌 전체 예상 판매량만 가지고 발주하면 위험합니다.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 시점,
실제 판매할 수 있는 남은 기간,
재발주가 가능한 마지막 시점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제품 수명주기가 짧은 상품도 재고를 줄여야 합니다
전자제품이나 생활가전처럼 신제품이 계속 등장하는 시장에서는 재고의 시간가치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제품 자체가 상하지 않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경쟁사가 새로운 기능을 넣은 제품을 출시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호 디자인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제품을 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1년치 재고를 한꺼번에 사놓는 것은 위험합니다.
반대로 규격이 거의 바뀌지 않고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소모품이라면 어느 정도 많은 재고를 가지고 가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결국 적정 발주수량은 상품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복구매 상품은 발주 판단이 조금 달라집니다
앞서 「창업 아이템을 고르는 기준|잘 팔릴 것 같은 상품보다 먼저 봐야 할 것」에서도 반복구매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첫 발주수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필터나 소모품처럼 기존 고객이 일정 기간 후 다시 구매하는 제품은 판매량 예측이 누적될수록 점점 쉬워집니다.
신규 고객 수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교체주기까지 데이터로 쌓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 번 구매하면 몇 년 동안 다시 구매하지 않는 제품은 매달 새로운 고객을 계속 확보해야 합니다.
이 경우 판매량 예측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 초기에는 단순히 제품의 판매량뿐 아니라 판매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구조인지도 첫 발주 판단에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량 가능성도 첫 발주수량과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 생산하는 OEM 제품이라면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불량입니다.
첫 양산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샘플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대량생산 과정에서 품질편차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포장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제품 일부에서 조립불량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첫 발주가 500개라면 문제의 규모가 500개입니다.
첫 발주가 5,000개라면 같은 문제가 10배가 됩니다.
그래서 처음 거래하는 공장이나 처음 생산하는 제품에서는 단가보다 생산 안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많은 물량을 발주하면 구매단가는 낮아질 수 있지만 품질문제가 발생했을 때 손실규모도 함께 커집니다.
기존 글 「중국 OEM·ODM 골든샘플 관리|시제품과 양산품이 달라지는 이유와 품질변경 방지법」를 함께 읽어보시면 왜 첫 양산품의 확인이 중요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첫 발주에서 제품 하나에 모든 자금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처음 선택한 아이템보다 나중에 발견한 상품이 더 좋은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판매를 시작하면 시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옵니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제품에 대한 문의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경쟁사의 판매방식도 더 자세히 보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전부 써버렸다면 좋은 기회가 나타나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초도발주를 결정할 때는 항상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발주를 하고 나면 회사에 얼마가 남는가?”
제품대금뿐 아니라 운송비와 세금까지 지급하고도 다음 상품을 검토하거나 추가발주할 수 있는 자금이 남는 것이 좋습니다.
첫 발주는 사업의 마지막 주문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단가가 조금 높은 첫 발주를 받아들일 때도 있습니다
사업자는 당연히 싼 가격으로 사고 싶습니다.
저 역시 공장과 협상할 때 가격을 중요하게 봅니다.
하지만 첫 거래에서는 반드시 최저단가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500개를 주문하면 개당 6.2달러,
1,000개면 6달러,
3,000개면 5.5달러라고 하겠습니다.
판매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면 저는 500개의 6.2달러가 반드시 비싼 선택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제품 한 개당 0.7달러를 더 주더라도 2,500개의 추가재고를 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 500개가 잘 팔리면 다음 주문에서 수량을 늘리고 가격을 다시 협상하면 됩니다.
첫 발주에서 조금 높은 단가는 시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단가 몇 %를 낮추기 위해 너무 많은 재고를 안는 것은 훨씬 큰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첫 발주수량을 정할 때 실제로 확인할 항목
새로운 제품의 첫 발주량을 결정한다면 저는 최소한 다음 내용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1. 현실적인 월 판매량
경쟁업체가 얼마나 파는지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실제로 얼마를 팔 수 있는지를 봅니다.
2. 보수적인 판매 시나리오
예상 판매량의 절반 이하만 판매되는 경우도 계산해 봅니다.
3. 재발주 리드타임
생산부터 국내 입고까지 몇 일이 걸리는지 확인합니다.
4. MOQ
공장의 최소주문수량이 내 적정재고보다 크다면 협상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5. 전체 필요자금
제품대금뿐 아니라 운송비, 세금, 통관비용까지 포함합니다.
6. 발주 후 남는 현금
첫 발주 후에도 광고비와 운영자금, 추가발주자금이 남아 있는지 봅니다.
7. 제품의 계절성
판매 가능한 기간이 짧다면 재고를 더욱 보수적으로 가져갑니다.
8. 제품 수명주기
신제품 출시나 가격하락으로 재고가 빠르게 구형화될 가능성을 봅니다.
9. 품질과 불량위험
첫 양산품이라면 특히 큰 수량을 한 번에 가져오는 것을 조심합니다.
10. 재고 보관비용
제품 크기가 크다면 창고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1. 운송방식
FCL 운임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필요 이상의 제품을 발주하지 않습니다.
12. 다음 사업기회를 위한 자금
현재 제품에 자금이 모두 묶이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이 질문을 하나씩 검토하면 단순히 “몇 개를 사야 할까?”라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자금과 재고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바뀝니다.
첫 발주수량에 정답 공식은 없습니다
“월 판매량의 몇 개월치를 발주해야 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단일한 공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품은 재발주하면 2주 만에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제품은 금형부터 생산까지 두 달이 걸립니다.
어떤 제품은 사계절 내내 팔립니다.
어떤 제품은 겨울 두세 달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어떤 제품은 10년 동안 스펙이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어떤 제품은 6개월만 지나도 구형이 됩니다.
그래서 첫 발주수량은 단순한 산수가 아니라 사업자의 판단 문제입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발주는 최대이익을 만드는 주문보다 최대손실을 통제하는 주문이어야 합니다.
잘 팔리면 다음에 더 사면 됩니다
처음 사업하는 분들은 품절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품절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첫 제품에서 일시적으로 품절되는 것과 수천 개의 재고가 남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한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팔려서 품절되었다면 적어도 시장성이 확인된 것입니다.
다음 발주수량을 늘릴 근거도 생깁니다.
공장과 가격을 다시 협상할 근거도 생깁니다.
반면 예상보다 안 팔려서 재고가 쌓이면 판매데이터도 나쁘고 현금까지 묶입니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조금 덜 벌 위험보다 크게 잃을 위험을 먼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재발주 리드타임이 매우 긴 상품이라면 안전재고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적게 사는 것이 아니라 판매가 검증되기 전에 필요 이상의 위험을 떠안지 않는 것입니다.
첫 발주는 싸게 사는 기술보다 살아남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사업을 오래 하다 보면 구매단가를 낮추는 것보다 재고를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개당 몇백 원을 싸게 샀다고 해도 팔리지 않는 제품이 창고에 쌓이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첫 발주에서는 단가가 조금 높았더라도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을 확인한 뒤 발주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다면 훨씬 안전하게 사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발주하는 사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를 먼저 보지 말고, 얼마까지 실패해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십시오.”
첫 발주는 사업의 성공을 확정하는 주문이 아닙니다.
시장이 내 예상과 맞는지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에 가깝습니다.
판매가 잘되면 다음 주문은 더 크게 하면 됩니다.
공장과도 다시 협상할 수 있습니다.
운송방식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재고를 가지고 시작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듭니다.
좋은 첫 발주는 가장 낮은 단가로 산 주문이 아니라, 다음 주문을 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둔 주문입니다.
